생각

2021 적응기

enattendant 2021. 2. 20. 21:23

많은 친구들이 급변하는 세상의 속도에 따라가기 벅차다고 말한다. 나도 약 5~6년 전부터 이런 생각이 급격하게 들기 시작했는데, 2020 초반부터 원래 세상의 속도에 더한 가속도가 붙은 듯하다. 나는 소위 말하는 얼리 어댑터와는 거리가 멀고, "유행 좀 늦게 따라가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제는 늦게 따라가다가는 쓱 하고 패싱 당할 거 같아서 노력을 하려는 편이다.

 

그 첫번째 일환으로 아직 베타 버전으로만 나온 클럽하우스를 최근에 깔았다. 폰은 안드로이드라 아이패드에다가 받았는데, 오늘 막 다 읽은 에세이집의 작가가 방을 열어서 이 글을 쓰면서 듣고 있다. 여러 주제에 대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왔다 갔다 한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나중에 질문도 하게 되고 어플이랑 조금 더 친해지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그 폭발적인 인기? 인지도? 의 근본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시점에서는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나가기 싫은 자리도 최소한의 말주변으로 무장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어른들은 식사를 좋아한다. 문자나 본 용건만 간단하게 해결하면 될 일을 꼭 식사를 겸해서 한다. 물론 기타 매체를 보니 식사는 비즈니스 성사의 중요한 부분이자 관례로 자리 잡은 것은 맞는데, 유난히 밥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은 꼭 밥 없이도 쉬이 처리될 일에 그놈의 밥을 끼우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동년배라면 조금 TMI 스러운 내용도 곁들어서 대화 굴렁쇠가 술술 넘어가게 할 수라도 있겠는데, 10살+는 이게 안 통한다. 게다가 난 옛날부터 정면 오른쪽으로 약 3~40도 틀은 각도의 먼 곳을 보다가, 너무 아이컨택 안 한다 싶을 때만 눈을 마주치는데 이것도 조금 더 자연스러운 아이컨택으로 이어지도록 연습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세 번째, 장강명 작가의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시작했다. 술술 읽힌다. 결혼, 성관념, 시월드 등 여러 K-폐습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계심이 분명하다. 그런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는 것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별개인데, 후자도 열심히 하시는 듯하다. 아직 많은 경조사를 겪어보지 못하지만 이 책과 <나의 아저씨>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결혼식과 장례식이 일종의 모금행사이자 권력 과시용 세리머니라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달라지겠지!

 

네 번째, 내가 수년 째 적극적으로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스려지지 않는 깊은 짜증의 요소가 있다. 근데 그 트리거가 소셜미디어 상에 있는 것이라, 내가 조금만 덜 보면 쉽게 놓칠 수 있는 시그널인데 조금 전에도 봐버렸다. 다시 짜증이 난다. 올해 여러 모로 더 바빠질 것 같은데 조용히 아무 선언 없이 살며시 인스타를 오래 쉬거나 나중에 복귀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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