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로잡고 있는 욕망이 아름다운가?"
"어떤 욕망이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수진 변호사가 진행하는 알릴레오 북's에서 나온 질문이다. 심오한 철학적 토론은 아니고 한국의 부동산 문제와 "진보와 빈곤"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하면서 나온 말이다. "어떠한 욕망이 나를 가장 크게 움직일까"에 나는 멋있는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 나조차도 그저 내가 속한 조그마한 서클에서 조금 더 잘 나고, 조금 더 인정받고, 체면이 서는 것, 그래서 속된 말로 X 팔리지 않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다. 크게 나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 질문은 쉽게 답해졌다. 알랭 드 보통이 그랬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불행은 친구의 성공에서 비롯된다고, 그러니까 내키지 않으면 동창회는 아무래도 안 가는 편이 나을 거라고.
사실 가끔 세게 머리를 한대 맞은 것만 같은 깨달음이 오지 않는 이상 나는 나 자신을 높게 평가한다. 따라서 방금 말한 그 "남보다 조금 잘남이 주는 만족감"의 상태를 나는 초월하였고 (더 깊고 가치 있는 것을 내가 추구하는 줄 착각하였다) 내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가족과 친구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크나큰 오산이었다. 진심이 나올법한 새벽 세시의 진담에서는 여과없이 이 부분이 드러났고, 어렸을 적 나에게 너무 대단했던, 존경스러웠던 어른들도 이렇게 똑같이 쩨쩨한 감정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늙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이것을 자각했다는 것, 나도 수년간 이 알량한 자존심에 사로잡혀서 살아왔다는 것, 그놈의 체면이 너무 중요해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 것이다.
가끔 압구정에서 강북으로 넘어올 때 창밖을 보면 진짜 병풍을 접어놓은 듯이 빽빽한 아파트들이 다닥다닥다닥닥닥닥 붙어 있고 거기 모든 집들이 불이 켜져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구나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collective 욕망과 사연이 얽히고설킨 세상사는 얼마나 또 단순하고 복잡할까? 또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나의 욕망은 어떻게 이렇게 편협할까. 나중에 자기 구실이라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피해는 주지 않는" 구성원을 넘어 뭔가 하나라도 기여하고 싶다. 그러려면 보던 교재를 더 열심히 파야 하는데 지금은 선우정아 님의 신곡과 시집에 더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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