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우리 이제 좀 솔직해져볼까?

enattendant 2020. 12. 19. 00:50

"Small children, small problems. Big children, big problems"

얼마 전에 한국-스위스 대가족을 다루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국인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어렸을 때는 그 나름의 문제들로 (ex: 유치원에서 짝꿍을 물었다던지, 벽지를 크레파스로 도배해놨다던지, 방 청소를 안 했다던지) 크면 또 그 나름의 문제들로 부모 속을 썩인다는 것이다. 꼭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더라도 각 개인은 생애주기별로 진화하고 점점 더 새로워지는 문제들을 계속 직면하게 된다. 

 

내 기준 자아가 형성되고 나서 비슷하지만 다른 모양으로 꾸준히 문제로 여겨지던 것이 있다. 바로 "실체가 없는 부러움"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내가 목표하던 바나 꿈꾸던 삶이 아닌 데에도 그저 좋아보이면 부러워하는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싶다. 또 나랑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고 일전에 한번 마주쳤던 사람의 소식이 들릴 때도 있고 내가 어쩌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부러워할 거면 구체적으로 부러워하고 아니면 쓰루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내 연령대가 슬슬 진로나 경제적인 능력, 가족의 형태 등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체감상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지인들이 많다. 약간 Alternate Universe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뉴스 미디어든 소셜미디어든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기보다 수많은 삶의 형태를 포괄적이고 너무도 graphic 하게 계속 접하다 보니 현실감각이라는 것이 많이 줄었다. 표준을 어디다 두어야 하는 걸까, 그런데 지금 내가 접하는 정보가 왜곡되지 않았다는 증거는?

 

지난 몇 년간 나는 제도권 교육, 제도권 성공, 타이틀과 수식어 등 모든 기존 사회체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탓하거나 국가를 탓하거나 미디어를 탓하거나. 나와 비슷한 탓을 하는 사람들과 코드가 간혹 맞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어떠한 것도 순전히 시스템 탓도, 순전히 내 탓도 아니었고 그 중간 어디였다. 그리고 내가 제도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혜택을 훨씬 많이 받았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절대 놓여있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거다. 

 

나는 누구랑 가장 먼저 솔직해져야 할까? 정답은 나이지만, 너이기도 하다. 내가 너라고 하면서 친근하게 말을 나눌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목표이다. 진실되지만 무례하지 않게, "요즘 어떻게 지내?" , "졸업하고 뭐할 거야?" 이런 질문들에는 더더욱. 

 

이상 자려고 누웠다가 뭐라도 써야 될 거 같아서 일어나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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