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날아오는데 헛스윙만 하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진짜 너덜너덜해진 타자는 마지막 남은 모든 집중력을 끌어모아 날아오는 공만 보고 힘껏 조준했더니 이번에는 앵글이 딱 맞아서 야구공 가죽이 터져버릴세라 시원하게 날아갔다. 요즘 내가 느끼고 싶은 쾌감은 이런 것이다. 탄산수나 맥주처럼 음료를 섭취할 때 오는 청량감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입과 위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가슴에서 느낄 수 있는 꿈틀거리는 욕망과는 차원적으로 다르다.
주위 사람들의 인정, 사회적 시선 이런 건 신경 안 쓴 지 오래고, 내적 쾌감, 하루에 딱 5분이라도 뭔가 처음과 끝을 시원하게 관통하는 그런 깨달음 - 그것만 있으면 되는데 참 안 온다. 2020년은 어떤 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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