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려 들어가는 대화들이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와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허공 어딘가에서 만나, 양쪽이 동시에 전율을 느끼고 그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눈빛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대화. 코로나 시대에 대면해서 하는 대화들이 확연히 줄고 있지만, 이런 전율은 글로도 전달될 수 있다.
그분의 글을 읽다 보면 5년 치의 영감은 받고 가는 기분일 때가 많다. "대충" (이라고 쓰고 쫓기지 않는, 조급하지 않은이라고 읽고 싶다) 사는 삶에서 오는 캐주얼함과 여유는 어떨까, to-do list와 효율을 추구하는 가치관에 몸부림치며 저항을 하며 산 요즘이었는데, 그런 글을 읽고 다시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간혹 내가 쓴 나의 글, 내가 찍은 나의 사진, 내가 한 말을 돌이켜보며 "자아도취나 자기합리화에 빠진 건 아닐까?" 고민이 된다. 그분의 글에는 1인칭의 오글거림 없이 담백함만이 살아있음을 보고, 또다시 반성을 한다.
무엇보다 내가 그런 글에 끌리는 것은 온통 재테크, 영끌, 주식 이런 "현실적인" 주제로 물든 요즘, 그래도 꿈과 이상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새롭기 때문이다. 처음 얘기를 나눈 순간부터 20대에 이런 사람을 만나서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버려야 할 것은 타인의 노력에 대한 경외감, 나의 노력 부족에 대한 반성, 타인의 성과에 대한 부러움, 호기심 이런 것 보다 자기 연민이다. 누구도 나보다 내 삶을 더 걱정해주지 않는다. 누구도 너는 이러이러했으니 지금 이렇다 괜찮다 이렇게 말해주지 않고, 누구도 나를 구제해주지 않는다. 누구도 답을 알려주지 못하고, 진정한 공감은 있을 수 있으나, 나의 영혼, 나의 육체, 나의 미래와 과거는 온전히 나의 것이고 그 책임 또한 내가 다해야 한다. 깨달음의 순간들은 왔다 가고, 이런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과 멘토가 있으면 더없이 다행이지만, 어차피 나라는 개체는 혼자이고, 내 피부 장벽 바깥의 것은 다 외부이다. 그러니 내가 떳떳하지 않으면 그저 나는 걸어 다니는 감옥이다.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게,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게,
자주는 아니지만 까먹을 때 쯤이면 잔잔한 감동의 울림으로 새로운 영감을 줄 때,
뜻밖의 공감으로 연대의 힘을 보여줄 때,
내 가치관이 내 안에서 변함을 느낄 때,
그리고 오랫동안 믿어왔던 명제들이 깨부수어지면서 긴 꿈에서 깨는 느낌을 받을 때,
이것은 모두 내가 당신을 만난 행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견 혹은 재회? (0) | 2021.03.19 |
---|---|
uninhibited creative freedom (0) | 2021.01.22 |
연락의 빈도 (2) | 2020.12.28 |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 (0) | 2020.11.26 |
심리 테스트 (0) | 2020.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