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연어매운탕과 치즈케익

enattendant 2020. 11. 22. 18:59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수고로움이 따른다.

 

외식을 하면 돈과 시간, 같이 먹을 사람, 웨이팅이 있으면 그것을 감내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집에서 해 먹으려면 장 보고, 요리하고, 먹고, 치우기까지.

 

동네 마트에 가면 살은 다 회로 발라 놓고 남은 부분을 모아서 연어 서더리를 싸게 판다. 매운탕처럼 끓여서 살 발라먹으면 은근히 머리 쪽 지느러미 쪽에 붙은 살들이 많다. 그런데 서더리는 따로 손질을 해서 안 내놓기 때문에 집 와서 비늘 제거를 해야 된다. 비늘 이거 은근히 짜증 난다. 칼로 제거하면 온 데 휘날리고, 비늘 제거기로 하면 결 반대방향으로 딱 각 잡고 미끌미끌한 연어와 옥신각신하면 조금씩 벗기는 정도이다. 비늘을 90% 정도 제거하고 물에 생선 조각들 다시 한번 씻고 무 깔고 연어 깔고 양파 깔고 끓이다가 간하고 마늘 넣고 뭐 넣고... 탕은 맛있는데 밖에서 부탄가스 스토브 딱 놓고 퍼먹고 나가는 것이 편하다. 

 

반면 배달어플로 시켜먹은 동네 창고형 매장 치즈케익은 빨리 왔고 내가 손도 까딱 안 해도 되었다. 아쉽게도 같이 온 아메리카노는 집에서 먹는 노브랜드 원두랑 거의 블렌딩이 비슷했고, 포장도 약간 과했고,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내일 아침 먹을 것까지 구매해야만 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는데, 내가 수고를 덜 해서인지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해서 내 편리함까지 비용으로 지불해서인지 만족도가 아주 약간 떨어졌다. 하지만 치즈케이크를 간식으로 먹는 이런 전체적인 상황은 긍정적인 편에 가까웠다. 

 

연어 매운탕은 여러 단계의 귀찮음을 뛰어넘어야 간신히 맛볼 수 있는 음식, 배달 치즈케이크는 돈만 있다면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것. 예전의 나 같았으면 모든 일을 연어 매운탕처럼 정석으로 A-Z까지 다 해야 한다고 말을 했을 텐데, 배달 치즈케이크처럼 간단한 지름길 같은 음식이나 일도 인생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이 약이다!  (1) 2020.11.30
기분 좋은 우연  (0) 2020.11.24
소비를 위한 일상  (2) 2020.11.18
길상사  (0) 2020.11.13
파워 다이내믹 - 힘의 각축  (0) 202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