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끔찍한 혼종

enattendant 2020. 11. 2. 10:27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나?"

당연히 있으니까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 생겨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혁명적인" 순간들이 있었던 것처럼 다차원적으로 완전히 새롭거나,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매일매일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인류가 처음 불을 발견하고 익힌 고기의 황홀한 맛을 경험한 정도의 혁명적인 순간이 매일 일어났다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은 이미 다 해결되고 우리는 옆 은하수에서 살면서 시간여행을 자유롭게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가끔 유행하는 메뉴나 마트에 신기한 신제품 같은 것을 보다 보면 메뉴 개발자들이나 디자이너들이 드디어 임계점에 도달하셨구나 싶을 때가 있다. 어제 마셨던 비어 리카 노가 그랬다.

 

나는 맥주도 굉장히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한다.

맥주나 커피의 섬세한 맛의 스펙트럼을 논할 정도는 되지 못하지만 

탁한 맥주라던지 탄산이 섞여 있는 커피는 정말 별로라는 것을 어제 경험적으로 알았다.

 

짜장면도 좋고 짬뽕도 좋다고 짜장면과 짬뽕을 짬짜면 나눔막 없이 섞어버린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이 세상에는 섞어야 될 것이 있고, 섞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또 섞을 때도 한 가지가 서브가 되고 한 가지가 메인이 되어야 할 때도 있고, 질감을 달리해야 될 때도, 타이밍을 달리 해야 될 때도 있다. 또 섞을 때 고도의 테크닉을 살려야만 "바라는 그림"이 나올 때도 있다. (마치 실패율이 굉장히 높은 디저트 메뉴 중 하나인 수플레 팬케익처럼). 

 

최근 경험한 성공적인 조합과 비교적 별로였던 조합을 모아보겠다:

성공적인 조합:
1. 닭가슴살과 양파볶음
2. 불닭과 맥주
3. 로투스 비스킷과 쓴 커피 (단 커피는 안됨!)
별로였던 조합:
1. 비어리카노 (맥주와 커피)
2. 냉동 + 브로콜리 (브로콜리의 생명인 신선함이 증발, 죽과 같은 질감)
3. 고구마와 버터

 

 

 

 

이것은 비어리카노

음식 조합은 서론에 불과했고, 사실 합은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 청결도 중요하고, 집안일도 중요해서 샤워하면서 빨래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 헤비메탈 음악과 독서를 모두 좋아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의외로 우리가 뭔가를 섞는 이유는 효율 또는 욕심 >> 창의성이다.

한 가지를 택하지 못하니까 동시에 해버린다거나, 또는 두 가지 해야만 되는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multitasking은 아무래도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되어버린다. 검증된 조합만 시도해보고, 시간낭비가 예견된 것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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