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재미 있는 자기소개로 정체성의 혼란 극복하기

enattendant 2021. 7. 18. 16:03

내 정체성의 8할이 소속된 집단에서 온다는 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걸 알았다.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20년+째 이 생각이 더욱 견고해지고, 비슷하게 견고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내 생각을 더욱 강화하는 칼럼과 매체, 혹은 다른 소스를 접하다 보니, 이게 건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러면서... 개선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소속감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새로이 변하기도 하는데, X 빼면 시체 같아진다는 건 되게 위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살면서 내가 소속된 집단을 나의 가장 큰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싶지 않다. 나는 한국인인 것도, 전공도, 학교 히스토리도, 직업도 내 모든 것이라고 치환하고 싶지 않다. 이미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지 오랜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내가 집단주의를 매우 강렬히 거부하는 것 같다.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조금 이기적이라고 욕은 먹어도 개인주의도 썩 나쁘지 않고, 점점 더 개성 있는 개인주의자들이 많아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인스타 프로필 소개란에 "암묵적버거동호회 부회장 겸 홍보부장"과 "Stinky Ray Enthusiast" 두 문구를 집어넣었다. 전자는 재작년에 같이 학교 활동하면서 알게 된 동생이랑 가끔 버거를 먹으러 다니는 "우리가 만난다면 아무래도 버거를 먹지 않을까"하는 2인조 그룹이다. 가끔 째지게 기름져 보이는 신상 버거집이 보이면 태그 한다. 이 친구 미국에 살다 오지는 않았다는데 처음 보았을 때 인상이 내 표현을 빌리자면 "제니펄팍"스러워서 왠지 미국에서 춤출 것 같다고 해서 같이 버거를 먹으면 뭔가 되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홍어인데 1년에 적게는 2번 많게는 4번 5번 정도 먹는다. 처음에는 연례행사 같은 거였다가 지금은 그냥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것도 있고 먹으러 가자하면 가끔 도전장을 내미는 애들도 있어서 간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광팬이고 그런 건 아니고 20대 초반에 우연한 계기에 누군가가 소개를 시켜줬고 사실 나는 홍어도 관심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먹기 시작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건 부끄러우니까 생략하겠다) 그리고 사실 맛이 뭐 음 구역질 나고 썩은 것 같지는 않은데 확실히 learning curve가 있는 음식이다. 나는 먹다 보면 속이 뚫리는 느낌 (씹을 때마다 코로 가스가 나온다)과 압도되는 냄새에 다시 뚫린 속이 막히는 느낌을 받지만 결론적으로 잊을 때쯤 먹으면 맛있는 음식이다.
여기다 몇가지 음식과 관련되지 않은 나의 정체성? 취미를 얘기하자면 지금 현재는:
도심공원/동네 골목 산책자
블로그지기
시내버스 방랑객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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