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여러줄

역스트레오타입

enattendant 2020. 11. 24. 22:19

일반 스트레오 타입보다 더 안 좋은 것은? 역 스트레오 타입이다.

 

(늘 밝은 친구에게) "전혀 안 그럴 것 같은데 너도 힘든 점이 있구나"

(핀란드 친구에게) "와 너네 나라에도 실업이 있고 사람들이 불행해하고 경쟁이 치열해?"

(인싸인 친구에게)"아 너도 외로움을 느껴? 그렇게 친구가 많은데도?"

(검소할 것 같은 친구에게) "아 사치를 즐겨?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늘 잘하고 있는 친구에게) "너한테도 이게 어렵구나??"

 

옛날에는 고민 상담을 잘 받고 또 어느 정도 잘해준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감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10시 이후의 심야 라디오 진행자처럼 뭔가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고민 상담자 친구가 되고 싶은데. 연륜과 그 사람에 대한 경험적 지식과 단서보다는 대상을 빨리 파악하려고 뇌에 새겨둔 스트레오 타입으로 직행해서 역으로 더 기분을 상하게 경우가 더 많진 않은지 반성해본다. 

 

역 스트레오 타입은 좋은 기능도 있다. 사람들은 원래 생각하던 맥락이 아닌 새로운 해석을 되게 재밌어하기 때문에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어이없어해서 재밌어하기도 한다. 또는 나의 멍청함이 드러나서 - "허허 당연한걸 참..." (웃음). 그런데 역차별의 기능이 조금 더 강하기 때문에 유머의 소재로 쓸려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처음 들었을 때만 웃기거나, 겉으로만 웃긴 척하고, 곱씹을수록 씁쓸한 것도 역 스트레오 타입이기 때문이다. 원래도 어떤 점에 대해서 힘들어하던 사람이 나처럼 눈치 없는 친구로 인해 "전혀 안 그래 보인다"라는 공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언을 듣고는 타인이 보는 자신과 자신이 보는 자기 자신과의 더 큰 괴리로 괴로워하지는 않을까? 

 

타인에 대해서 말을 할 거면 최소한의 가정과 짐작으로 임하고, 최대한의 진심, 적절한 눈치가 필요하다. 유머는 누구도 다치지 않는 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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