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여러줄

신의 영역

enattendant 2020. 11. 15. 17:22

최고의 공부는 덕질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덕력 없이 하기 힘든 학문이 무엇일까 고민해보았다. 아무래도 신학인 것 같다. 

 

재작년에 해외 방문 초청 학자가 오셔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의 페이퍼 주제가 이집트 콥트교 성당에 나타난 예수의 형상에 관한 것이다. 그런 현상으로도 진지한 학술적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그 강연은 대형강의실에 약 100명의 학부생과 3명의 교수가 있었는데 어쩌면 그 3명만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계셨을 수도.

 

그날 그다음 주자는 현대인이 소비하는 행태를 종교적인 현상으로 보았는데, 그분은 말씀하시는 에너지와 제스처가 너무 풍부하셔서 두고두고 기억이 남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일대 Kathryn Lofton 교수는 그 분야에서 대가셨다) 특히 미국 대중문화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의 카다쉬 안가의 성공과 오프라 윈프리라는 "현상"을 신적인 프레임으로 설명을 하셨는데 굉장히 와 닿았다.

 

딱히 새로운 내러티브는 아니지만, 개인의 신격화가 마케팅의 기본이 되었다. 왜 평소에 말을 할 때도 "갓"이라는 말 잘 쓰지 않는가. 모두가 경쟁하는 사회에서 어떤 대상의 차원을 달리하는 것은 꽤나 효과적인 기법이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오프라 윈프리와 같이 좋은 영감을 주고, 토크쇼도 하고 쇼핑몰도 하고, 책도 내고, 북클럽도 하고 자기 이름으로 굿즈도 파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쪽으로 활용하면 사이비 교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근데 신의 영역을 자처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졌다.

- 구글 신도 있고

- 여신/남신이라고 불리는 연예인

- 추종하는 자들이 많은 어떤 종교적 리더

 

또 반대로 영적인 요소를 속세에 끌어와 효율성을 올리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불교의 마음 챙김이지 않을까 싶다. 명상 시장은 이미 어플과 요가 스튜디오, 사내 복지 프로그램 등의 방식으로 한 산업이 되었고, 어제오늘 실검에 오르내리는 분도 결국은 불교 콘텐츠를 잘 활용하여 현대인을 번뇌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돈도 버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신의 영역, 자본주의의 영역, 이성의 영역이 마구 뒤섞이는 요즘, 어디까지가 허락된 경계일까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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