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즐거운 동호인 수영

enattendant 2021. 12. 27. 14:49

수영은 내가 유일하게 너무 괴롭지 않게 나쁘지 않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달리기는 내가 박지성이 아니기에 평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고, 요가나 필라테스는 뻣뻣해서 못하겠고, 구기 종목은 조금 더 잘하고 싶은데 달리기나 다른 기초 체력이 받쳐줘야 해서....

폐 기능 강화 + 평발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관절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 좋다.

수영의 도전은 상체 근력과 숨 참기에 달려 있는데 사실 테크닉적으로 나도 갈길이 많이 멀어서 너무 자세히 얘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선수들 보면 배영 할 때 어깨 롤링 이라던지, 다이빙해서 들어가서 돌핀킥 뻥뻥 차고 올라오는 거라던지, 접영 할 때 물을 누르는 기술이라던지, 턴할 때, 다리가 착하고 감겨서 한 번에 넘어가서 쭉 하고 나올 때 그냥 물 안에서 모든 움직임의 요소들이 기술을 필요로 한다. 

처음 배우게 된 거는 6세 때 월풀에 빨려 들어가서 수상구조원이 건져주셨을 때.. 그 이후로부터 학교 체육 수업 + 사회체육센터 이런 곳 기웃기웃거렸고, 경쟁적으로 수영하기도 했지만 (competitively swim) 한창 외국 친구들은 주 4~5회, 2~3시간씩 근력이랑 로프로 훈련하면서 실력 키우고 앞으로 쭉쭉 나갈 때 나는 오래 쉬기도 하고 나라 옮기고 한다고 그 선수 출신들 발끝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애매한 아마추어가 되었다. 뭐든지 잘하면 멋있고, 잘하지 못하면 왜 하나 싶은, 그 심리 때문에 늘 나한테 좋아하지만 막 잘한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운동이 되었다.

고2-3 때는 그래도 대회 대기 타면서 벤치에서 하품도 하고, 웃는 얼굴로 4등으로 들어오고, 쉬엄쉬엄하다가 우연한 (?) 어떤 계기에 이끌려 대학 수영 동아리에 1년 아주 진하게 몸 담았다가 나왔다가, 다시 다른 수영 동아리에 들었다가 이전 동아리 만하지 못해서 조금만 하다가 나왔다. 너무 자세히 서술하면 내 신상이 밝혀지겠지만 두 번째 동아리는 나 빼고 체대 친구들이 다였고 (그런데 다른 운동으로 들어온 친구들이라) 주장이랑 부주장 친구, 그리고 선수 출신 코치님이 수력이 엄청났다는 기억이 난다(우리 학교는 지금 수영장 운영을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모르겠다 어떻게 된 건지). 실제로 그 주장 친구는 내가 이전에도 김천에서 열리는 대학 수영 선수권대회 계영 시합에서 얼핏 본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나긴 한다. 

유난히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수영하면서 조금 이불 킥 순간들이 많았네..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혹시 풀 기회가 있다면 나중에 푸는 걸로!

아마추어 수영의 세계는 내 생각에 어렸을 때 선수이셨거나 어른 되고 나서 동호인 생활 + 훈련을 오래 하셔서 기억이 정말 잘 나오는 분들이 한 마디로 "꽉 잡고" 계시다. 이름만 들어도 굉장히 웅장한 수영 동아리들이 (그랑 블루와 같은..) 전국에 몇 개 있고 마스터즈 수영 대회 가보면 1,2,3등은 무슨 군단 같은 수영 동아리들이 싹쓸이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물들! 멋있고 부럽다. 입상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그리고 내 선입견 일수도 있는데, 물에서 움직이는 게 뭔가 공기 중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멋있다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왠지는 모르겠다 그냥 내가 멋있어함.. 내가 그분들 발끝이라도 따라가려면 훈련은 최소 주 3회, (수영은 3일 이상 쉬면 몸이 감각을 잃기 때문에...), + 근력 + 유연성 + 숨 참기 + 오리발 훈련 이렇게 해야 되는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기에... 바쁜 거 좀 지나가면 언젠가 35살 되기 이전에 각 종목별 기록 깨기 또는 완벽에 가까운 배영/접영 자세를 만들고 싶긴 하다. 

코로나 터지고, 평소에 근데 운동을 열심히 안 해서, 2019년 2020년, 2021년은 수영을 거의 안 했고,

다행히 집 앞에 있는 구립 수영장이 다시 이번 달에 문을 열게 되어 이번 달은 오전 6시에 불태웠다. 재밌었다. 오래 쉬었지만 약간 감각이 그래도 남아 있는 거 같아서 안도했고.. 잘하려면 이제 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은 서울이 아닌데, 또 수영을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