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파테크와 러닝
파테크: 파값이 급등하여 마트나 슈퍼 가면 사람들이 파 이벤트에 환장하고, 집에 와서 직접 파를 심어 먹는 현상. 집 주변에 조그마한 시장이 있는데 안 쪽에 꽤 큰 마트가 있다. 그곳은 장사가 잘된다. 이벤트도 자주 하고, 직원들도 손발이 착착 잘 맞는 데다가, 발성이 좋으신 분들이 홍보하셔서 그렇다. 문제는 시장 초입에 새 마트가 문을 연것. 원래는 "마구마구 퍼주는" 콘셉트의 해물찜/탕을 파는 곳이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식당이 망했다. 망하고 한 몇 달은 아무것도 새로 들어오지 않았는데, 어제 그 자리에 새 마트가 오픈한다고 주변 아파트에 전단지를 쫙 뿌렸나 보다. 우리 라인 우편함에 빽빽이 꽂혀 있었다. 아마 안 쪽 마트 가려는 손님들을 새 마트가 intercept 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오픈 하는 날 인부들과 마트 직원들은 굉장히 정신이 없었다. 첫날인 데다가 오픈 세일도 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아서 생기는 정신없음은 어쩔 수 없는데, 뭔가 체계가 아직 덜 잡힌 느낌이었다. 끊임없이 새 물건이 들어오고 제대로 진열해놓을 틈도 없이 사람들이 와서 비닐 뜯고 가져다 갔다. 특히 파와 오이가 그랬는데, 포대기로 와서 비닐에 칭칭 쌓여 있는 파를 손으로 벅벅 뜯어서 너도나도 3~4단씩 장바구니에 싯고 가는 모습이었다. 낯설진 않았는데, 보기 편안한 광경은 아니었다. 나는 백화점 타임세일에 몰리는 인파, 지하철 문이 열릴 때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사람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것, 온라인 상에서 방구석 시사평론가들이 우다다다 몰려서 한 사람이나 단체를 난도질하는 것 - 이런 행위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파테크가 뭔가 반가웠다. 사람들이 집에서 심기 시작하면 파재기도 멈추지 않을까?
러닝: 모든 취미의 시작, 또는 시작 전에 발 담그는 단계(?)에서 가장 멋있어 보이는 것은 그 활동 특유의 은어들을 주고 받으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요즘은 2030 산 타는 사람들과 사이클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나는 아주 가벼운 러닝을 시작했는데, 1킬로도 못 뛰던걸 생각하면 지금 3킬로, 6킬로를 걷지 않는 속도에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솔직히 운동 다큐에서 볼법한 정자세 - 멋있는 long stride로 성큼성큼 달려가는 모습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만 시작한지 인제 두 달 차니까,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고통스러운 만큼 운동하는 기분이 들고, 거친 숨소리가 그래도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어서 즐겁기도 하고, 이렇게 밖에 못 뛰나 짜증도 나면서 복합적인 그런 기분이다.
선거: 선거철이다. 조용하다. 비교적? 내가 미는 후보군이 당선되지 않을것 같지만, 사실 누가 되어도 내 삶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사전투표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