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연락의 빈도

enattendant 2020. 12. 28. 20:48

나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든, 이 글로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이든, 내가 사람과 관계에 대해 쓴 글을 조금만 읽어보면 열심히 지속적인 관계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소위 말하는 타고난 인싸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타고난 인싸가 어딘가? 내 인생의 8할은 아싸로 살아왔는데. 기본적으로 난 사람을 어색해하고, 객관적으로 친해지기 힘든 축에 속한다고 경험적으로 안다. 그래서 늘 주변에 사람이 많은 친구들이 부러우면서도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관찰만 하고 만다. 나는 살갑지도 않고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데 특정 에너지만 쏟고 이후에는 포기해버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부럽긴 하나 내가 목맨다고 변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있는 관계 내에서 조금 더 깊고 유의미한 교류를 생성하는데 주력한다. 그중 가장 힘든 케이스가 내가 연락의 빈도를 정해야 될 때이다.

내가 전에도 자주 쓰던 말인데 인간관계의 묘미이자 수수께끼는 상대방의 속사정을 모른다는 것. 늘 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나 개인의 guessing game을 통해 모든 변수가 딱 들어맞을 때 카톡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바쁨의 정도와 나와의 친분과 그 외 카톡을 주로 보는 시간대라던지, 답장의 속도라던지, 내가 고민한 흔적이 티가 났다던지 수만가지 변수를 다 놓고, 아 정말 이때 연락하지 않으면 영영 연락의 끈을 놓겠구나 싶을 때 연락을 한다. 똑같이 친한데 뭔가 연락을 자주 하기 힘든 친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다. 더 자주 연락하고 싶은데 과연 연락을 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 뜬금없음을 해소하려면 어떤 명분이 필요할까 등.

 

술과 나의 단도직입적 성격이 그나마 조금의 해결점을 준 것은, 내가 까놓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어느 정도 친분이고 어떻게 계속 이어나갈지 아니면 곧 끊길것인지 우회적으로든 좀 더 직설적으로든 확인하고 눈빛을 본다. 말과 카톡은 포장하기 쉽지만 거의 늘 눈빛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