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헐거워진 소속감

enattendant 2020. 12. 13. 19:47

오늘은 첫눈이 왔고,

한국에서도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이 넘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사이버 생활은 이제 11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가장 급격하게 바뀐 나의 생각은 소속감에 대한 것이다. 

나는 보통 내가 사는 동네나, 국적, 학교와 같이 정말 큰 단체보다는 소모임이나 동아리 성격의 작은 단체에 큰 애정과 소속감을 느낀다. 뭔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큰 단체에서 느끼는 어떤 결집력은 소속감이라기보다는 연대감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한데 나는 아직 연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면적 대비 사람도 많고, 할 것도 넘쳐나는 특성상, 정말 끈끈한 모임과 단체들이 많다. 근데 확실히 내가 물리적으로 어딘가에 있어야 할 의무가 사라지고, 오히려 모이는 것 자체가 죄악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그 소속감의 의미가 많이 희석된 것 같다. 또 내가 넓게 소속돼 있는 큰 단체에서 "우리"라는 말을 쓰거나, 공동체를 아우르는 표현을 쓰는 걸 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 나는 난데 왜 자꾸 묶는 거지?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지나친 소속감에서 비롯된 알량한 자존심부터 내세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단체나 학교 이름이 적힌 모든 후디, 티셔츠, 기념품, 야구 잠바도 이제 거의 없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라벨을 빼고 얘기를 할 수 있어야 덜 꼰대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뭐 꼭 tight community를 지향해야될 필요가 있을까? 나름의 loose community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