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여러줄

끝이 보일 때

enattendant 2020. 12. 2. 01:13

읽는 행위를 별 감흥 없이 하다가 어느 날 우연찮게 딱 꽂히거나 공감이 가는 문구를 발견하면 한 며칠간 그것만 떠올린다. 머릿속에서 이리 굴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감탄한다 그 표현이 너무 들어맞아서. 또, 지하철이나 길에서 무심히 나가 모르는 사람들을 보다가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다. 2호선에서 열심히 맥북에다 작업하고 서서도 한쪽 손위에 올려두고 타자 치는 걸 보고 예전에 밖에서 마감 맞춘다고 오는 지하철 보내고 빨리 퇴고해서 보낸 기억이...

지지난주에 내가 읽은 기고문 중에 가장 위안이 되었던 말은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 소세지 빼고. 소시지는 끝이 두 개다"이다. Everything has an end, except a sausage which has two ends. 긴 긴 과정을 지나오면 정말 끝이 안 보일 때가 있고 이 시간이 영원 같고, 나와 함께한 사람들은 이미 막차를 타고 저 멀리 가버린 듯한 느낌이 종종 든다. 한 마디로 막차가 끊긴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허망감이랄까? 그런데 저 소시지 표현을 듣고 나니 아 정말 이 과정도 진짜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가 한 선택들에 대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가 않는구나, 뜻밖이고 의외인 것은 어떤 것도 없었고 그저 내가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이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소시지 씹으면서 좀 더 끝에 대해서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