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그 이상
브런치 홈페이지의 제목을 훑다 보면 공통되는 테마와 감성이 있다.
1. 집밥에 대한 그리움
2. 타향살이에 대한 고찰
3. 직업세계에 대한 감상
4. 사랑에 대한 생각
5. 세대론에 대한 의견
6. 일상 한켠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글들이 "신변잡기" 그 이상이 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늘 고민한다. 자주 먹는 라면, 마시는 맥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상, 산책의 묘미, 친구와 멀어짐과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 찝찝한 인연, 학보사 생활, 아직 뭔지 잘 모르겠는 연애라는 것, 90년대생의 특징,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 인간관계, 영적인 생활에 대한 생각, 자기 계발의 노력... 이런 것을 제외하고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무엇일까? 또 옛 추억이나 여행을 재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발굴하려면 무엇을 해야 될까.
예전에 한번 학교에서 1학점 주는 커리어 관련 수업에서 초빙된 강사님이 브런치는 "책을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이것저것 올리니까 많이 참고하라"는 말을 하셨었다. 안달이라는 말에는 "자기 이름으로 출판이 하고 싶어서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그분의 다분히 부정적인 견해가 깔려있긴 하지만, 어쨌든 브런치 북 프로젝트로 <90년생이 온다> 같은 베스트셀러도 배출되고 하니, 따분하고 진부한 글들만 모여 있는 플랫폼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다.
다만, 깊이 있는 글을 인터넷에서 과연 읽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있다.
브런치와 인터넷 기사, 소셜 미디어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텍스트에 노출은 되어 있는데 이것들이 어떤 피상적인 감상 그 이상의 그 무언가를 제공하는지는 약간 의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출판물은 엄청난 가치가 있나? (그건 또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출판은 권력이기 때문에 아주 조금의 보장은 있다 - readership이 확보된다는 보장. 안 그러고서는 출판사가 팔릴지도 안 팔릴지도 모를 책을 (최소) 수천 부 찍어낼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가진 소재 (일상), 내가 가진 툴 (인터넷) 이 두 가지를 활용해 뭔가 좀 더 깊은 것을 쓰려면? 내가 지향하는 장르의 수준 높은 글들을 계속 읽고, 블로그가 아닌 툴 (에세이가 되었든, 기고문이 되었던, 논문이 되었던 간에)로도 계속 연마를 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