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일기 #2
아침 - 내가 맡은 게 있어서 아침에 그걸 후다닥 해놓고 어젯밤에 사놓은 삼김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삼김은 예나 지금이나 노맛이다. 예전에 외국 살 때 어머니가 삼감 긱 밥 틀 & 비닐 포장되어 있는 김을 많이 사다 놓으셔서 점심으로 아주 속이 꽉 차고 맛있는 삼각김밥을 많이 싸주셨는데, 파는 건 소금 간도 강하고, 속도 빈약하고 요즘은 또 물가가 워낙 올라서 그렇게까지 싼 맛에 먹는 재미도 없다.
출근길 - 우다다다 첫 출근, 집에서 불과 1.4키로라 빠른 걸음으로 가면 15분 정도에 갈 수 있지만 아침에 늑장 부리다가 후다닥 옷 입고 챙겨서 길도 안 나 있는 자갈길로 후다닥 도착. 근데 도착하고 보니, 나 말고 한분밖에 안 계심. 내가 도착하고 한 15분 있다가 사수님이 오셨다. 하던 거 조금 하다 보니 금방 점심시간이 되었고...
점심 - 내가 있을 때는 진짜 꿈에도 이런게 생길 줄 몰랐는데 대전에 아주 큰 백화점, 신세계 art & science가 생겨버렸다. 생겨버렸다고 표현한 데에는 점심때 푸드코트에 사람이 워낙 몰리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 지하 1층에서 가장 싼 축에 속하는 매운 어묵김밥을 골랐는데 조금 땡고추 맛이 느껴질 것이라고는 예상했으나 그렇게 전체적으로 은은하게 눈물 콧물 쏙 빼는 매움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점심을 다 먹고는 루프탑에 있는 하늘 공원에서 아주 잠깐 산책을 하고, 미로 공원도 보고, 금방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따아를 한잔 들고 하던일을 마무리했다. 사무실이 조그맣고 하는 일도 나쁘지 않아서 나름 만족스럽다. 그러나 여기나 저기나 다들 자기 업계로는 오지마라고 난리다. 이번 인턴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조금 더 자세히 서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퇴근 그 후 - 퇴근은 5시반으로 매우 바람직한 시간이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청년 기숙사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무실 구성원들이 이곳에서 사는데, 사수님이 마침 태워다 주신다고 하셔서 냉큼 얻어 탔다. 이 차는 12월인가 11월인가 내가 한번 내려왔을 때 이미 한번 타본 기억이 있다. 와서는 진짜 별거 안 하고 망가진 캐리어 버리려고 대형폐기물 부착 스티커, 연락할까 말까 하던 예전 동아리 회장 오빠한테 결국 용기를 내어 연락을 하고, 종량제 봉투 20리터짜리 사고, 건물 뒤편에 종량제 버리는 곳을 발견하여 드디어 쓰레기 배출에 성공하고, 어제 사둔 깍두기 철판볶음밥을 데워 먹었다.
오늘 잘 한일: 밥솥 없고, 햇반 없는 긱사러가 세끼 다 밥 (물론 삼김 & 김밥 & 인스턴트지만 ㅠㅠ)을 먹었다! 오늘은 음주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바쁜 친구 & 동아리 오빠한테 연락한 일. 그들이 내 연락이 반갑지 않았다면 뭐 어쩔 수 없지, i was brave enough though.
잘 못한 일: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다 준비하고 잘 포장된 인도 쪽으로 걸어서 출근하지 못한 점.
오후 8:30 기준 잘 못한 일2: 실수로 옆집에 내 비번 눌렀다 아유 죄송해라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