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란 무엇인가?의 제목 치고 너무 빨려들었던 책
오랜만에 질리지 않는 문체의 글을 읽었다.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이분 강의평가는 실로 엄청날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들:
"Clarity makes people angry" (p.26)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이러한 이들에 대해 모순 없거나 적은 문장으로 서술할 수 있을 때, 나는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희열을 느낀다고." (p.42)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p.74)
"... 얼마든지 미칠 수 있는데도 미치지 않고 생활하는 이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있다. 수사학적으로 얼마든지 미쳐나갈 수 있는 이가 애써 담담한 문장을 쓸 때의 포스는, 욕망을 충분히 아는 이의 절제가 빚어내는 치명적인 분위기와 닮았다." (p.205)
이것은 우리 어머니도 늘 하시는 "나는 늘 3단계였어. 코로나 터지기 전에도"와 비슷한 맥락: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읽고 쓰고 있기에 가능하다. 다른 분들도 책과 거리를 좁히고 사회적 거리를 두면 될 거다" (p.255)
"평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왔기 때문에 일상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페이스북에 그림 한 장 올리고, 자기 전에 음악 링크 하나 올립니다. 그사이에 할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고, 몽상에 잠기고, 디저트를 먹고, 대소변을 봅니다." (p.256)
"공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쉴 수 있습니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듯이, 공부라는 긴장을 해본 사람만이 휴식이라는 이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