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쉿에 대하여, On Bullshit
이 책도 교보문고에서 주말에 발견했다.
작은 포켓 사이즈인 데다가 몇 장 안돼서 혹시나 pdf가 있나 해서 검색해보았더니 웬걸 있다? 후다닥 읽어봤다.
제목 그대로 진짜 불쉿 (엉터리, 개소리)에 관한 내용이다 - 다만 조금 "읽을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불쉿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거? 철학 관련된 책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가도 문장의 길이와 단어의 생소함에 압도되어 다시 되돌아 읽게 되는 그런 미묘한 맛이 있다. 말장난스러운 것도 있고. 너무 메타인지를 요구하는 것도 있고.
기본적으로 개소리는 현대 사회에서 피할 수 없으며, 발화자가 보이고 싶은 모습과 실제 능력이나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개소리는 원천적으로 거짓말과는 구분되고, 사실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와는 구분지어야 되며... 뭐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Bullshit is unavoidable whenever circumstances require someone to talk about without knoweing what he is talking about"
개소리를 안 하는 사람이 되려면, 즉 사기꾼이 되지 않으려면 쌓아야 할 지식의 양이 아직 너무 많다. 그전까지는 말을 조금 아껴도 될 것 같다.
불쉿 하니까 또 떠오르는 게 있는데 이게 좀 아주 많이 중요하고 내 20대의 가장 큰 고민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적어본다. 문과 서술형 문제와 이과 서술형 문제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사전의 기초 지식, 상식이 있다면 어느 정도 개소리를 해도 부분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이과는 그렇지 못하다. 당연히 모든 문과 과목에 해당하는 말도 아니고, 문과 과목도 전문성을 가지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예를 들어 강도 높지 않은 쉬운 과목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과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불쉿 하다가 점수가 더 깎일 수도 있다. 코드로 불쉿 하면 안 돌아간다. 수식은 불쉿이 불가능하다. 이런 차이 때문에 "소설 쓰시네"라는 말이 일종의 욕처럼 변질된 것 아닐까? 물론 이과도 불쉿이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데이터 조작도 있고 실험 윤리에 위반 (한국에서도 유명한 댄 애리얼리 박사가 한 정직성에 사용된 데이터 표본이 조작되었다는 기사) 되거나 하면 그것도 일종의 숫자 가지고 장난치는 격이 되겠지만... 아 이렇게 되면 이과 불쉿은 문과 불쉿보다 약간은 어렵다고 표현을 해야 될까?
"Let's B.S. out way through this~"
뇌피셜로 답안을 작성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