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모저모 -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건지?
올해 이 시점에 올림픽이 과연 열릴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이변도 많은 이번 올림픽이다. 결국 도쿄는 하루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골판지 침대, 선수촌에서 음식이 떨어지는 와중에 위원장은 초호화 호텔 스위트룸에서 묶고 있고... 이런 혼란과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스포츠로 받는 위로와 "각본 없는 드라마"는 참 값진 것이지만, 그리고 선수들이 오래, 너무 오랫동안 준비해온 탓에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겠지만, 방역과 올림픽 개최 두 마리 토끼는 결국 잡기 매우 힘들다는 점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슬아슬했던 여자 배구 한일전, 완벽했던 김우진의 텐텐텐*3 (개인전 16강), 눈물 나던 남자 펜싱 사브르 , 여자 배드민턴 역전극, 세계 1위를 꺾은 남자 배드민턴, 박태환 이후로 처음으로 다시 올림픽 수영에 관심을 갖게 한 황선우, 태권도, 내가 좀 더 가벼웠어도 절대 못할 멋진 기계체조, 높이뛰기... 등 너무도 볼거리가 많았다. 내 마음속 최고의 올림픽이었고 한국 스포츠 사상 레전드들이 많이 출격했던 2008 베이징 이후로 처음으로 이렇게 올림픽에 관심을 많이 가져본거 같다. 박태환, 김연아, 장미란, 기보배, 진종오에 머물렀던 내 스포츠 세계관이 이제 황선우, 안산, 여서정, 이다빈 등으로 교체된 것이다.
그래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엄청났다. 개회식의 스케일하며 ... 그때 폭죽과 퍼포먼스... "베이징은 너를 환영해"라는 공식 주제가... 게다가 한국 최고 기록인 금메달 13개까지... 엄청났다. 아 그때 펠프스... 도 있었구나 여하튼 대박이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라는 특수상황과 스포츠 이외에도 다른 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가 역도 경기에 참여해서 "과연 공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큰 의문을 던지고 있고, 육상,수영,양궁을 비롯해 많은 종목들에서 처음으로 혼성 단체전을 선보이고 있으며, 영국의 톰 데일리가 다이빙 금메달을 따면서 LGBTQ 커뮤니티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큰 upset도 많았다. 올해 골든슬램을 달성하려던 조코비치와 개회식에서 마지막 성화주자였던 나오미 오사카 역시 조기 탈락했고, 여자 수영 김서영 선수도 원하는 만큼 개인혼영 기록이 안 나와서 울먹거리기도 했고, 운동 실력이 아닌 다른 데에서 이슈가 터진 안산 선수도 있었고 , 수학 박사이자 연구원인 오스트리아의 사이클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고 (심지어 2등은 전략적 미스로 1등이 앞서 있는 줄도 모르고 들어오면서 금메달이라고 확신하고 들어왔다고 한다)...
이슈가 많았지만. 나는 이 이슈가 제일 쇼킹했다.

시몬 바일즈 선수로 말할 것 같으면 리우 올림픽 체조 4관왕, 그리고 소수점 몇 자리로 승부가 갈리는 운동에서 1~2점의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는 선수라고 한다. 게다가 마루, 평균대, 2단 평행봉, 도마 등 한 종목에서만 보통 두각을 나타내는데 모든 종목을 거의 다 잘해서 기량이 압도적이라 이번 올림픽에서 6관왕이자 최고의 올림픽 스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수영에서도 접 배 평자 다 잘하기가 힘든데 마이클 펠프스가 접영 자유형 개인혼영 거기다 미국 수영팀이 잘해서 계영까지 메달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그렇게 메달을 많이 딸 수 있었다.
이런 선수가, 자신의 심리적 중압감 때문에 거의 모든 종목에서 기권을 선언한 것이다. 이 선수가 워낙에 너무도 독보적인 존재여서인지, 미국에서는 mental health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서인지, 사람들과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서인지 이 세 가지 모두의 총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바일즈의 기권 결정은 각종 외신에서 굉장한 지지를 받았다. 오히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성과주의"가 심하고 압박감이 심한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이제 자신의 정신건강도 돌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다 같이 입 모아 말한다.

무조건 참고, 말도 안 되게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세계 최고의 체조 선수가 말했고, 언론과 여론이 응답했다.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갈아 넣어야 했고, 너무도 많이 갈아 넣고 주변의 부담감까지 더해지니 한 발짝 물러난 바일즈... 진짜 멋지다. 김연아 선수가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서 중압감 때문에 "나 그만할래"라고 했다면 여론이 어땠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