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여름은 모든 짜증의 집합체

enattendant 2021. 7. 12. 08:20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쓸 줄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다. 

어떠한 냉방기구가 있어도 여름은 본질적으로 짜증 난다.

그건 입주하는 순간부터 이사 가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에어컨을 끄고 산 적 없는 동남아의 부잣집들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충격!)

아 물론 베트남은 1년 내내 여름이었고, 건기 우기만의 차이가 있었으니, 한국과는 조금 다를 수도. 

한국 여름이란...

일을 한다 치자. 그러면 아침에 준비해서 나간다면 시원한 자가를 타고 회사 주차장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시원한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 쐬다가 퇴근하면 더움을 크게 마주할 일이 없다. 점심 먹으러 나올 때 빼고. 이 마저도 구내식당이나 지하통로로 이어지는 곳에서 해결한다면 여름 더위 원천 차단이다.

학생이라면... (자가가 없다 치자). 일어나서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다. 오늘 한 것이 일어난 거뿐인데, 이미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짜증이 난다. 백팩을 메었다면 등은 이미 용광로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지하철이나 버스가 생각보다 빨리 오면 잠깐 쾌적해질 수도 있으나, 그 칸의 냉방 상태에 따라 땀냄새에 절어있을 수도 있다. 

거기다 습도까지 더하면 짜증지수로는 게임 끝이다.

근데 학교나 직장에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문득 "아 이거 몰카인가? 오늘 진짜 세상이 나를 엿멕이려고 작정했나?"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여름은 그렇게도 짜증이 디폴트로 깔려 있는 계절이다.

누군가는 여름에 쪄 죽지 않고, 겨울에 더워 죽지 않으려면 돈을 많이 벌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에어컨 바람을 쉼 없이 쐬주는 학원이나 공공시설, 회사의 공기는 좋은가? 잠깐 더운 곳에 있다가 들어가는 그 순간에는 쾌적할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시원하면서, 통풍이 잘되어 진정으로 쾌적한 곳은 많지 않다. 

뭐니 뭐니 해도 여름철 최고의 피난처는,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거나 실링팬이 살랑 거리 거는 곳이 아니라... 적당히 바람 부는 날 그늘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능가하는 피난처는 없다. 아니면 동굴 정도? 

결론은 여름이 더 더워지지 않게... 겨울이 더 추워지지 않게 하는 것인데, 지구인들이 이미 이건 말아먹은 듯하다. 후루룩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