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감사할것
감사하는 마음은 굉장히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늘 불평불만을 달고 사는 사람은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도 만족을 하지 못할 것이고, 그 환경의 나아짐이 내면의 단단함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여기는 힘듦의 대부분은 물리적이거나 그 일의 절대적 힘듦보다는 그것과 딸려오는 심적 재평가, 그리고 주변인들의 의식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단 첫째 나는 대단히 물리적으로 힘들 정도로 노동을 해서 지금 생업 전선에 반드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이 부분은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원) 생활 동안에 이것을 끊임없이 병행하면서 사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생계유지 및 품위유지를 한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둘째, 나는 여전히 친한 지인들과 친구들과 엉뚱하고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진지한 얘기도 그 나름의 맛이 있지만 (그리고 내가 급우울모드일 때는 진지한 얘기"만" 골라서 하는 경우도 있고, 진지한 얘기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면서도) 가끔은 아래와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A: 다음 생에는 뭐 알아서 하시고, 전생에는 공룡으로 좀 태어나 봐. 나 공룡으로도 한번 살아보고 싶어
B: 아... 진짜 특이하다. 아 그럼 트리케라톱스? 공룡은 트리케라톱스가 제일이지
A: 트리케라톱스는 잘 모르겠고, T-rex만 아니면 돼... 걔네 너무 포악해 다 잡아먹고, 알겠지? 좀 온순한 초식공룡으로
B: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공룡으로 태어나면 멸종하잖아?
A: 뭐 걔네가 살아있을 때 알았겠어 걔네 종이 멸종할 거라는걸? 그냥 그 옛날에 공룡으로 한번 살아보고 싶다 이거지...
셋째, 한국 나이 기준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벌써 n년차, 또는 대학원 학위를 받고 일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는 적지 않은 나이에 아직도 진로를 창의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두뇌회로를 가진 것에 감사하다. 이건 진짜 감사하다. 나에게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똑같이 살지 않기로 했고, 옵션을 열어둔다는 것은 즐거운 상상과 때로는 즐거운 실행을 하게끔 해주니까.
넷째, 가끔은 진짜 미친듯이 쿨해지고 싶을 정도로 후회도 많고, overthinking도 많고, 곱씹음도 많고 소심하지만, 또 이런 성격 때문에 미세한 걸 캐치(?) 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눈치 없는 척 넘어가야 할 때도, 빨리 적절히 조치를 취해야 할 때도, 엄청난 불편감을 느껴도 그냥 넘겨야 할 때도 많지만 그게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