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여러줄

글쓰기 근황

enattendant 2021. 4. 23. 20:00

1.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3번 했는데, 3번 떨어졌다. 다음 도전은 조금 더 미루는 걸로.

2. 마음이 복잡하면 쓴다. 김영하 작가가 본인이 글로 먹고살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 즉 재능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글을 읽게 하라고 했다. 그러고 그 반응을 발판 삼아, 나를 모르는 남이 돈을 지불하고 내 글을 읽을 것인가 판단하면 된단다. 주변 친한 친구들은 나와 같은 감성적인 면이 없어서 내 나름 시적인 문구들로 글을 쓰면 되게 의아해하는 것 같다 (한번 잠들기 전에 눈물을 흘린 날이 있어서 그다음 날 눈물이 내 볼을 미끄럼틀 삼아 어쩌고 이런 카톡을 룸메들한테 보냈더니... 신기해 한것 같다! 나도 그런 오글거리는 문구를 보낸 나 자신이 신기하다!). 부끄럽지만 나는 계속 쓸 거다. 꼭 인정받지 않아도 therapy측면에서 이보다도 좋은 활동이 없기에. 그래도 아무도 안 읽어준다면 조금 슬플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내가 조금 더 쓸데 없는, 때로는 위험한 패기로 충만해서 정말 필터링 없이 여기저기 글과 말로 표현했다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차분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요즘은 워낙 익명 커뮤니티와 단톡, 트위터가 잘 구축이 되어서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나의 신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는, 어떤 민감한 사회 정치적 현안에 대한 글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난도질당하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 더 개인적이고 가치관이 덜 드러나는 일상적이고 내가 어떻게든 의견 개진을 해도 "no big deal"인 소재로 글을 쓰는 것 같다. 

어제 누군가를 추억하며 쓴 글이 있다. 어디 투고할 만한 필력도 아니고, 이걸로 째지게 애절한 노래를 작곡하거나, 조각이나 회화작품과 같은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었으니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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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인간관계(=새로운 사람 사귀기)가 늘 힘들었던 나에게 너의 존재는 뭔가 신세계 같았어.

(몰라... 요새는 사람들이 내가 I라고 하면 놀라는 경우도 간혹 있더라 ... 새롭지?)

처음 봤을 때의 밝음이 평생 시니컬하게 살아온 나한테 너무 낯설었거든?

어떻게 식당을 가도, 술집을 가도, 여행을 가도, 복도나 밖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쳐도 매번 한결 같이 밝게 인사하고 웃을 수 있지?

그 외에도 다른 여러 면에서 나랑 너무 달라서 사실 볼때마다 새로웠어...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너를 앞에  두고 얘기한 많은 시간은 그냥 그 novelty에 감탄하면서 그 밝음의, 그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 있을까 계속 찾으려고 한 거 같아. 한 몇 년 보니까 그 분위기의 원천은 어딘지 너무 잘 알겠더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이 정도로 교감을 할 수 있고, 또 이 정도로 무너져 내릴 수 있고, 또 이 정도로 잘 맞았다가 안 맞을 수도 있구나.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고, 너무 잘 아는 거 같지만 여전히 나한테 어렵고 새롭고 낯선 사람인데 수수께끼 같아. 너를 나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너를 두고 어딘지 모르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모르겠다고 그런 적이 있는데, 사실 나도 그래.

그때는 몰랐는데, 아니 부정했는데 네가 말한 거 중에 틀린거 하나 없더라. 점점 더 실감하고 있어. 사실 내 온몸의 세포들이 다 느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뼈저리게 동감해. 한동안 내방 액자에 보면 가끔 네 생각이 나는 풍경사진을 걸어뒀는데 너무 자주 떠올리면 내가 슬퍼지니까 진작에 (한 1년 전인가?) 치웠어. 

이제는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가는데 마음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을 내가 의식적으로 이해하려고 엄청 노력하기도 하고. 가끔은 너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는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내면 정리가 안될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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